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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포리즘/지평선 칼럼

(Re)학교의 옛 추억과 풍경은 사라져도 되는가.(서부지역 특수학교)

by c lo u d m in d 2024. 10. 24.

 

학교의 옛 추억과 풍경은 사라져도 되는가.
(서부지역 특수학교)

 지난 5월에 김제 청소년자치문화공간이 개관되었다. 

그리고 이름을 공모하여 '다움'으로 결정지었다.

앞으로 청소년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중앙초등학교 학교 용지에 세워졌다는 사실이다. 

암석원이 있고 작은 숲이 있었던 자리다. 

그리고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 아름드리 나무를 일부 제거하였다. 

학생들이 놀던 자리, 학생들이 쉬던 장소가 사라졌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을 위한 시설이 거대한 벽처럼 세워졌다. 

자연과 교감하며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마련되어져야할 시내권 학교의 교정인데도 불구하고 학교용지를 내주고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섰다. 

그리고 뜨거운 지열이 올라오는 주차장이 숲이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아름드리 나무들은 옛 동문들이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던 추억의 나무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추억과 감성 그리고 자연 생태 학습보다 더 중요한 어떤 논리가 주목받게 되면서 앞에 언급한 가치들은 철저히 무시되고 파괴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농촌학교 죽산초등학교에도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

다른 학교에서는 결코 찾아 보기 힘든 넓게 초록으로 덮은 아름다운 죽산초등학교 교정 일부가  다른 교육 시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죽산초등학교 교정

 

학생들의 골프 교습을 위해 관리가 잘 유지되고 있는 필드와 옛 동문들이 공부하며 쉼이 되어줬던 버즘나무들도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졌다.

플라타너스라고 불리우는 버즘나무는 과거에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동문과 주민들이 꿋꿋이 나무를 지켜냈다.

그래서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버즘나무는 목재로서 가치는 없다. 관상용으로도 별로 관심도가 높지는 않다. 요즘에는 공원수로, 가로수로도 잘 식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과 추억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죽산초등학교 교정 - 버즘나무

 

곧 교정의 나무는  학교의 역사를 대변하는 상징물과 다름없다. 학교 한 구석에 세워놓은 100주년 기념비는 나무가 갖는 의미를 똑같이 담아낼 수 없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동안 학생들은 학교의 나무를 통해 감성교육을 해왔다. 

봄이면 나무에서 새잎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고, 여름이면 짙은 나무 그늘 아래에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았을 것이다. 가을이면 버즘나무의 넓은 잎들이 땅위를 구르며 내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겨울에는 교실 창문으로 앙상한 나뭇가지에 소복하게 쌓이는 눈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교정에 나무가 있고 숲이 있는 학교라면 모든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죽산초등학교 교정 - 팽나무 고목

 

교육을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주어진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잘 보존하여 주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한다고 하는 행위가 자칫 아이들을 속박하고 몰개성화시킬 수 있다. 

원래 존재하는 자연 환경을 굳이 파괴하고 시멘트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어난다. 

 우린 얼마나 더 많은 추억을 잃어버리고 살아야 하나.

참교육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숫자와 기념비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금 더 지혜롭고 바람직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죽산초등학교 교정- 골프 그라운드
죽산초등학교 교정- 학교의 역사와 함께 했던 향나무

 

 

출처: https://gimjecity.tistory.com/entry/학교의-옛-추억과-풍경은-사라져야만-되는가죽산초등학교 [김제특별한시 연구소: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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